제16송 의식의 작용과 단절
1) 송문
의식상현기(意識常現起) 제생무상천(除生無想天)
급무심이정(及無心二定) 수면여민절(睡眠與悶絶)
2) 풀이
제6의식(意識)은 무상천(無想天)에 태어날 때와 무상(無想)과 무심(無心)의 두 가지 정(定)에 들었을 때, 그리고 깊은 수면에
들었을 때와 민절(悶絶)하였을 때를 제외하고는 항시 작용(現起)한다.
3) 해설
안(眼)·이(耳)·비(鼻)·설(舌)·신(身)의 전5식은 제8근본식을 의지하여 일정한 조건(緣)을 만나면 작용하고 연(緣)이 사라지면
작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제6의식은 외경과 상관없이 항상 쉬지 않고 작용을 한다. 다만 무상천에 태어날 때와 '무상(無想)과 무심(無心)의 두
가지 정(定)에 들었을 때(무심의 경계)'와 '잠잘 때와 기절하였을 때(무기의 경계)'는 작용하지 않는다.
제2구 제생무상천(除生無想天)에서 무상천이란 색계 사선천(四禪天)의 아홉 개 천(天) 중에서 네 번째 천(天)에 해당하며,
삼계(三界) 28천(天) 중에서 열 아홉 번째 천(天)에 해당하는 하늘세계로서 무상정(無想定)을 닦은 자가 죽은 후에 태어나는 곳이다. 그러나
이 천상세계는 시간이 지나면 심상(心想)이 다시 살아나서 윤회를 계속하게 되므로 궁극의 세계(究竟地)는 아니다.
제3구 급무심이정(及無心二定)이란 무상정(無想定)과 멸진정(滅盡定)의 두 가지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두 가지 정(定)에 들면
6식(識)이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무심(無心)이라 칭하는 것이다. 그러나 무상정은 외도(外道)와 범부(凡夫)들이 닦는 정(定)이고 멸진정은
성인(聖人)들이 닦는 정(定)으로 종지(宗旨)와 수행방법에는 엄격한 차이가 있다.
◇무상정(無想定)--무상천에 태어나기를 희망하여 어떤 종류의 정을 수습(修習)하여 일체의 심상(心想)이 멸한 정이다. 이들은
삼선천(三禪天)의 최상위인 변정천(遍淨天)이하의 탐락(貪樂)을 두루 조복(調伏)시킬 수는 있으나 그 이상의 상염(上染)을 조복시킬 수는 없고,
심상을 멸할 수 있으나 색신(色身)을 멸할 수 없기 때문에 정(定)이 멸하고 상(想)이 생기면 다시 예전 그대로의 자기로 돌아온다고
한다.
무상정에 든 경지는 몸을 평안(安和)하게 할 수 있어 정(定)이라 하며, 여기에 이른 자는 스스로 이것이 열반이라고 잘못 생각하여
진멸(盡滅, 滅盡)을 하지 못하는 외도 또는 범부들이 닦는 정(定)이다. 일설에는 범부가 심법(心法)을 멸하지 못하였지만 다만
입정지심(入定之心)이 미세하여 감각하기 어려우므로 무상(無想)이라 칭한다고 한다.
◇멸진정(滅盡定)--멸수상정(滅受想定) 또는 멸정(滅定)이라고도 한다. 구차제정(九次第定) 중의 최고위로서 성자가 닦는 수행법이다.
이 정(定)을 닦는 사람은 수(受)·상(想)의 2심소가 탐욕과 분별로부터 일어난다는 것을 이해하고 모든 업(業)의 근본임을 알아서 그것을
멸하고자 하여 제6식을 압제한 정(定)으로 그것이 열반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제4구 수면여민절(睡眠與悶絶)의 수면(睡眠)은 깊은 잠이 들었을 때를 말하는 것으로 6식이 완전히 정지한다. 그러나 꿈을 꿀 때는
의식작용이 일어나는데, 이것을 '꿈속에서 일어나는 독두의식(夢中獨頭意識)'이라 한다. 독두(獨頭)란 바깥 경계가 존재하지 않고 전5식이 작용하지
않아도 생각(念)이 저절로 일어나기 때문에 독두(獨頭)라고 한다.
민절(悶絶)이란 혼미불성(昏迷不醒) 또는 인사불성(人事不省)의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예를 들면 높은 곳에서 떨어지거나, 아주 크게
놀라거나, 극심한 고통이나 자극을 받아서 일시적으로 혼절하거나 술에 극도로 만취하거나 마취주사를 맞고 의식을 잃었을 때를 말한다.
이러한 민절의 시간 내에는 의식은 완전히 작용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근본식인 8식(識)이 떠나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지각을 회복하게 된다. 수면과 민절로 인해서 의식(意識)이 정지되는 것은 잠시여서 잠에서 깨거나 혼절에서 깨어나면 다시 6식이 작용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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