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송 일체종식의 전전력으로 갖가지 분별이 생긴다.
1) 송문
유일체종식(由一切種識) 여시여시변(如是如是變) 이전전력고(以展轉力故) 피피분별생(彼彼分別生)
2) 풀이
제8식 중에 함장(含藏)되어 있는 선(善), 악성(惡性)종자의 이러 저러한 전변(轉變)은 '낱낱씨앗(一切種識)의 전전(展轉)을 일으키는(生起) 역량(展轉力)'이 있기 때문이며, 이로 인해서 이러 저러한 여러 형태로의 분별(分別)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3) 해설
이 송은 유식무경(唯識無境) 또는 만법유식(萬法唯識)을 강조한 송이다. 유식의 의미는 첫째, 비록 외경이 존재하더라도 식에 의해서 변현된 다음에 식의 분별을 통해서 성립할 수 있으니 식의 작용을 떠나서는 외경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으며, 둘째, 식(識)과 경(境)의 관계는 식이 주(主)가 되고 경은 객(客)으로 식이 주체이기 때문에 유식이라 말하는 것이다.
제1구 유일체종식(由一切種識)의 일체종식이란 제8아뢰야식의 다른 이름이다. 그 안에 선악과 세간, 출세간의 무량한 종자를 함장하고 있기 때문에 일체종식이라 하는 것이다. 종자란 습기(習氣)의 다른 이름으로서 중생들이 선악의 업을 지을 때 그 습기가 제8식에 훈습되어 있다가 일정한 시간이 경과 한 후에 성숙된 것을 말한다.
습기가 성숙된 이후에는 외연(外緣)이 모여들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비로소 발아하여 역량을 발휘하여 나타나게(現行) 되는데, 제8식에 함장되어 있는 선악(善惡)의 인(因)에 의해서 나타나는 과보(果報) 역시 각기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이숙(異熟)이라 하는 것이다.
이숙은 제8식의 다른 이름으로서 전7식이 선악사(善惡事)를 지으면 그 습기가 제8식을 훈습하여 유사한 인상을 남기게 되는데, 그것을 종자라 한다. 중생들의 8식 중에는 선악의 종자가 무량무수하여 보응을 받은 것은 소멸되지만 인연이 구족되지 않아 보응을 받지 않은 종자는 연(緣)을 기다려 비로소 나타나게 되는데,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구분한다.
첫째 변이숙(變異熟, 變異而熟)은 인(因)이 변하여 과(果)가 되어 성숙함을 말하고, 둘째 이류숙(異類熟, 異類而熟)은 인과 과가 같지 않음을 말하는 것으로 선악(善惡)의 원인이 대지(大智) 또는 무명(無明)으로 바뀌어 성숙됨을 말한다. 셋째 이시숙(異時熟, 異時而熟)은 인과가 동시가 아닌 금생(今生)의 인이 한 생, 두 생 또는 몇 천생(千生)을 지나서 과를 받는 것을 말한다.
제2구 여시여시변(如是如是變)이란 제8아뢰야식은 일체종식 안에 함장되어 있는 무량무수한 경계들을 전변하여 현행(現行)하게 하기 때문에 '여시여시변'이라 한 것이다. 여시(如是)를 두 번씩 반복한 것은 일체종식 안에 함장된 제법의 종자가 워낙 많고 그 변화의 순서도 무한하여 시시각각으로 변화함을 표현한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몇십 년 동안 겪게되는 기쁜 일이나 슬픈 일, 즐거운 일, 고통스러운 일 등 수 없이 많은 일들은 모두 우연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각자가 지은 선(善), 악업(惡業)의 종자가 아뢰야식 안에 저장되어 있다가 연(緣)을 만나서 현행(現行)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제3구 이전전력고(以展轉力故)의 전전력(展轉力)이란 제8식에 함장된 종자가 현행(現行)하여 과(果)를 일으키고 이를 다시 제8식에 훈습하여 새로운 종자를 중단 없이 반복해서 이루게 하는 힘을 말한다. 즉 종자는 현행을 일으키고 현행은 다시 훈습하여 각각의 유(類)를 이루어 전전(展轉)이 끊이지 않으므로 분별도 이에 따라 끊이지 아니한다. 전전(展轉)은 전전(轉轉)과 같은 뜻으로 '전후를 변화시킨다'는 뜻이다.
제4구 피피분별생(彼彼分別生)의 피피(彼彼)는 가지가지(衆多)의 의미로 쓰인다. 아뢰야식은 수 없이 많은 능변(能變)의 힘이 있기 때문에 수 없이 많은 변화를 주도하고 수 없이 많은 분별을 일으키며, 변화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전전력(展轉力)은 그 힘이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일체종식에 함장되어 있는 악성(惡性)의 씨앗이라도 그 성질을 순화(醇化)시킬 수 있고, 선성(善性)의 씨앗은 그 힘을 더욱 증장(增長)시킬 수 있으며, 나아가서 성불(成佛)에 까지 이르게 할 수 있는 길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수행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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