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송 변계소집성의 성질
1) 송문
유피피변계(由彼彼遍計) 변계종종물(遍計種種物) 차변계소집(此遍計所執) 자성무소유(自性無所有)
2) 풀이
갖가지의 헤아리고 계산하는 마음으로 갖가지 사물을 헤아리고 계산하나니 이 헤아리고 계산하는 마음과 헤아려서 집착하는 사물의 자성은 본래 있는 곳이 없다.
3) 해설
제20송부터 재24송까지는 세 가지 자성(自性)과 세 가지 무자성(無自性)을 설명하고 있는데, 세 가지 자성은 변계소집성(遍計所執性)과 의타기성(依他起性), 원성실성(圓成實性)을 말하고, 세 가지 무자성은 변계소집성에 대한 상무자성(相無自性)과 의타기성에 대한 무자연성(無自然性) 또는 생무자성(生無自性) 그리고 원성실성에 대한 승의무자성(勝義無自性) 등이다.
세 가지 자성의 첫 째는 변계소집성(Parikalpita-svabhava)으로 변계(遍計)는 이리저리 헤아리면서 억측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변계에는 능변계(能遍計)와 소변계(所遍計)가 있는데, 능변계는 바깥 사물을 대하는 일체중생의 마음을 말하는 것으로 주관에 속한다. 그리고 소변계는 변계의 대상인 일체사물을 말하는 것으로 객관에 속한다.
그러나 8식 중에서 제8아뢰야식과 전5식은 분별(分別), 계탁(計度)하거나 집아(執我), 집법(執法)하지 않기 때문에 능변계라 할 수 없으며, 오로지 제6식과 제7식만이 끊임없이 분별계탁하고 끊임없이 집아(執我), 집법(執法)하므로 이들 두 가지 식(兩識)이 능변계이다.
제1구 유피피변계(由彼彼遍計)의 피피(彼彼)의 뜻은 변계하는 마음이 매우 많아서 일체만법에 대하여 두루 계산하여 헤아린다는 것을 형용하는 말이다. 그리고 변계는 주변계탁(周遍計度)한다는 것으로 마음으로 모든 우주만물에 대하여 갖가지로 두루 계산하여 헤아린다는 뜻이다. 즉 마음의 변계소집성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제2구의 변계종종물(遍計種種物)이란 일체중생들은 갖가지 사물에 대하여 항상 변계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바닷물을 잔으로 계량하면 끝내 계산할 수 없듯이 사물을 계산만으로 바로 볼 수는 없다. 목전에 보이는 대상을 잘못 판단하여 인(因)이 아닌 것을 인이라 하고 과(果)가 아닌 것을 과라 하거나 옳고 그름(是非)과 화복(禍福)을 가리지 못하는 것과 같이 본래의 사물을 바로 보지 못한다.
제3구의 차변계소집(此遍計所執)의 소집(所執)은 잘못 보이는 대상에 집착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무엇을 인식할 때 그것을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판단하여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편견과 선입견 등의 감정을 가지고 처리하여 결과적으로 괴로움을 유발하는 착각이나 환상과 같은 존재로서 이를 '구상(構想)된 존재'라고도 한다.
예를 들어 어두운 밤거리에 떨어진 노끈을 보고 뱀이라고 착각하고 고집하는 것은 당연히 변계소집이다. 성유식론에서는 이런 경우 설령 노끈을 보고 노끈이라 하고 뱀을 보고 뱀이라 하더라도 노끈과 뱀이 모두 허환(虛幻)이라는 도리를 이해하지 못하였다면 짐작한 바가 비록 사실이라 할지라도 변계소집에 속한다고 하고 있다.
제4구 자성무소유(自性無所有)는 존재하는 모든 것은 소변계(所遍計)로서 인연소생법(因緣所生法)에 의해서 생긴 의타기(依他起)이기 때문에 원래부터 공(空)이요 무자성(無自性)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변계소집으로 인해서 생긴 종종상(種種相) 역시 자성이 있을 수 없으므로 자성무소유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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