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송 전오식의 작용
1) 송문
의지근본식(依止根本識) 오식수연현(五識隨緣現) 혹구혹불구(惑俱惑不俱) 여도파의수(如濤波依水)
2) 풀이
전5식은 근본식인 제8아뢰야식을 의지하되 연(緣)을 따라 작용한다. 전5식이 작용할 때는 안(眼)·이(耳)·비(鼻)·설(舌)·신(身)의 여러 식이 함께 작용하기도 하고 단독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전5식이 근본식을 의지하여 마음을 일으키는 정형은 마치 파도가 물을 의지하여 일어나는 것과 같다.
3) 해설
제14송까지는 유식의 심소를 밝혔고 여기서는 유식의 작용이 일어나는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마음에는 안(眼)·이(耳)·비(鼻)·설(舌)·신(身)의 오관이 작용하는 전오식(前五識)과 사량분별하고 기억하고 선별할 수 있는 제6의식, 그리고 예지력(叡智力)과 잠재력(潛在力), 사량하여 탐착하는 제7말나식과 근본식인 제8아뢰야식등 여덟 가지의 마음(識)이 있다.
제8아뢰야식을 근본식(根本識)이라 하는 것은 제8식은 모든 식의 총체(總體)이며, 일체식(一切識)은 모두 아뢰야식에 의해서 생겨나기 때문이다. 제8식이 없으면 전7식이란 존재할 수 없다. 비유하자면 나무에 뿌리가 없으면 가지와 잎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제1구 의지근본식(依止根本識)이란 안(眼)·이(耳)·비(鼻)·설(舌)·신(身)의 다섯 가지 마음(前五識)은 스스로 독자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근본식(根本識)인 제8아뢰야식을 의지해야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는 말이다.
제2구 오식수연현(五識隨緣現)이란 전5식은 근본식을 의지하되 반드시 연(緣)을 만나야 작용할 있다는 말이다. 연(緣)이란 조건을 말한다. 낱낱의 식(識)이 생기는데는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 있고 이를 완전히 구비해야 작용할 수 있는데, 전5식에 작용하는 연(緣)에는 다음과 같은 아홉 가지가 있다.
①공연(空緣)--멀고 가까운 거리 또는 공간을 말한다.
②명연(明緣)--밝고 어두움의 빛(光)으로 밝음(明)을 뜻하는 말이다.
③근연(根緣)--정색근(淨色根)인 5근(根)을 말한다. '오식(五識) 동의정색근(同依淨色根)'이라 하여 5식(識)은 대응하는 5근(根)에 의지해야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눈(眼根)이 없으면 안식(眼識)이 생길 수 없고 귀(耳根)가 없으면 이식(耳識)이 생길 수 없는 것이다.
④경연(境緣)--면전의 경계(境界)를 말하는 것으로 6경(境) 또는 6진(塵)이라고 하는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을 말한다. 눈의 경계는 색(色)이고 귀의 경계는 소리(聲)이며, 코의 경계는 냄새(香) 등이다.
그러나 5근이 인식하는 경계는 분별이 이루어지기 전의 단계로서 예컨대 안식(眼識)의 경우 거울에 물건이 비치는 것과 같이 수정체 안구(眼球)에 무언가 비치는 찰나까지를 말하며, 대상에 대하여 그것이 검다, 푸르다, 좋다, 나쁘다, 등의 분별이 일어나는 것은 이미 제6식이 작용한 것이다.
⑤작의연(作意緣)--다섯 가지 변행심소 중의 작의(作意)를 말하는 것으로 모든 심(心)에 상응하여 일어난다. 마음으로 하여금 경각심을 일으키도록 하여 소연지경(所緣之境)에 취향(趣向)하는 작용이 있게 함으로서 주의(注意)라고도 한다.
⑥분별의연(分別依緣)--제6식을 말하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5근의 작용은 있는 그대로 보고, 듣고, 냄새 맡을 뿐 대상에 대하여 분별이 이루어지는 것은 제6식의 작용에 의해서이다.
⑦염정의연(染淨依緣)--제7식을 말하는 것이다. 사량탐착하는 말나식의 작용에 의하여 아집이 일어나는데, 이러한 아집이 강하게 일어날 때를 염(染)이라 하고 가볍게 일어날 때를 정(淨)이라 한다.
⑧근본의연(根本依緣)--근본식(根本識)인 제8식을 말하는 것이다. 전5식을 비롯하여 제7식과 제6식 등 모든 식은 반드시 제8식을 의지해서 일어난다.
⑨종자의연(種子依緣)--각각의 식이 스스로 의지하는 창고이며, 모든 식이 나오는 자리로서 종자를 의미한다. 종자가 전변(轉變)하면 전5식은 그 영향을 받는다.
이상 아홉 가지 연을 9연(緣)이라 하는데, 안식(眼識)을 일으킬 때는 위의 아홉 가지 연(緣)이 반드시 필요 하지만 이식(耳識)은 명(明)이 없어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8연으로 충분하며, 비(鼻)·설(舌)·신(身) 3식(識)은 밝음이나 공간이 없어도 냄새 맡고 맛보고 감촉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7가지 연(緣)으로 식(識)을 일으킬 수 있다.
이와 같이 전5식은 스스로 식을 일으키는 자성(自性)이 없으므로 반드시 근본식(根本識)인 제8식을 의지하고 외부의 여러 가지 연(緣)에 의해서만 심식(心識)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오식수연현(五識隨緣現)이라 한다.
제3구 혹구혹불구(惑俱惑不俱)의 구(俱)는 함께 한다는 뜻으로 전5식 중의 2식 또는 3-4개의 식(識)이 동시에 작용하는 것을 구(俱)라 하고, 하나 하나의 식(識)이 따로 작용하는 것을 불구(不俱)라 한다.
예컨대 보는 것과 듣는 것을 동시에 하면 2구(俱)가 되고, 보고 듣고 냄새 맡는 것을 동시에 하면 3구(俱)가 되며, 맛보는 것까지 동시에 하면 4구(俱), 5식이 동시에 작용을 해서 식을 일으키면 5구(俱)가 된다. 여기에 의식과 잠재력과 무의식적 감각 등이 동시에 작용하면 8구(俱)가 되어 8식 모두가 동시에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제4구 여도파의수(如濤波依水) 즉 파도가 물을 의지하여 일어나는 것과 같다는 말은 '전5식의 마음은 근본식을 의지하여 작용한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파도는 전5식을 말하고 물은 제8아뢰야식을 비유한 것이다. 물에서 파도가 일어나려면 바람이라는 연(緣)이 있어야 하듯이 근본식에서 전5식이 작용하려면 9연이라는 바람의 연을 만나야 한다.
이와 같이 한 마음의 작용도 단독으로 일어날 수 없는 것과 같이 세상의 만법(萬法)은 모두 인연소생(因緣所生)임을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수행자는 모름지기 동시에 여러 식이 작용하는 것을 꺼려야 한다. 오직 8식이 한 경계에 몰입해야 삼매에 들어갈 수 있고 삼매에 몰입해야 부처님의 경계를 알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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