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식삼십송

제12송 근본번뇌와 수번뇌

문선광 2006. 7. 29. 14:21

제12송 근본번뇌와 수번뇌


1) 송문


번뇌위탐진(煩惱謂貪瞋)   치만의악견(癡慢疑惡見)   수번뇌위분(隨煩惱謂忿)  한부뇌질간(恨覆惱嫉간)


2) 풀이


육종심소(六種心所) 중에서 근본번뇌(根本煩惱)는 탐(貪)·진(瞋)·치(癡)·만(慢)·의(疑)·악견(惡見) 등이 있으며, 수번뇌(隨煩惱)에는 분(忿)·한(恨)·복(覆)·뇌(惱)·질(嫉)·간(간) 등이 있다.


3) 해설


제3능변식은 아뢰야식과 말나식에 이은 세 번째 능변식으로 6식(六識)을 말하는 것이다. 6식은 제6식과 전5식을 합한 것으로 모두 경계를 요별함으로 요별(了別)능변식 또는 요경(了境)능변식이라 한다. 그 성질이 일정하지 않아서 때로는 선이 되고 때로는 악이 된다. 제6식과는 탐진치 등 51심소 모두가 상응하지만 전5식과는 34심소만 상응한다.


제1구 번뇌위탐진(煩惱謂貪瞋)와 제2구 치만의악견(癡慢疑惡見)에서 여기서 말하는 번뇌는 근본번뇌(根本煩惱)를 말하는 것으로 모든 번뇌가 이로 말미암아 일어나므로 근본번뇌라 한다. 이는 인간의 심성(心性)을 가장 악하게 하는 주요한 악심소(惡心所)이며, 탐(貪)·진(瞋)·치(癡) 삼독에 만(慢)·의(疑)·악견(惡見)을 더한 여섯 가지이다.


① 탐(貪)은 탐욕을 의미한다. 현실에 대하여 스스로 만족할 줄 모르고 적은 것을 싫어하고 많은 것을 좋아하며, 괴롭고 힘든 일을 싫어하며. 즐겁고 편안함을 추구하려는 끝없는 인간들의 욕구를 말한다.


② 진(瞋)은 진노(瞋怒)를 말한다. 자기의 감정을 거슬릴 때 성내는 마음을 진(瞋)이라 한다. 한 생각 성내는 마음(瞋心)을 일으키면 백만 가지의 업을 짓고 스스로 장애를 만들게 되므로 인욕(忍辱)을 닦아서 성내는 마음을 없애야 한다. 경에서도 '진(瞋)이란 심중(心中)의 화(火)로서 공덕(功德)의 숲을 태운다.'고 하고 있다.


③ 치(癡)는 우치(愚癡) 즉 어리석은 마음으로서 무명(無明)을 일컫는 말이다. 지혜롭지 못하고 사리가 분명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깨끗하지 못한 것에 오염(雜染不淨)되기 쉬워서' 필경(畢竟)에는 악도(惡道)에 떨어지므로 이를 치(癡)라 한다.


④ 만(慢)은 다른 사람을 경시하고 자신을 과시하려는 마음을 말한다. 자만심, 교만심(驕慢心) 등으로 타인에게 모욕적인 언행을 삼가지 않는다. 이러한 만심(慢心)은 아집(我執)으로부터 일어나므로 아만(我慢)이라고도 하는데, 아공관(我空觀)을 닦아서 철저하게 무아의 이치를 깨닫게 되면 만심은 저절로 사라지게 된다.


⑤ 의(疑)는 남을 믿지 못하고 진리를 믿지 못하는 마음의 병이다. 열 한 가지 선(善) 중에서 신(信)이 도(道)의 근원이라면 의(疑)는 도를 얻는 장애의 으뜸이 된다. 진리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수행도 못하고 남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신뢰도 받지 못하며, 인과응보 마저 믿지 않기 때문에 악을 더욱 가중시켜서 마침내 파멸하게 된다.


이상의 탐(貪)·진(瞋)·치(癡)·만(慢)·의(疑)를 오둔사(五鈍使)라고 하는데, 둔(鈍)은 그 성질이 우둔하여 끊기가 쉽지 않음을 말하는 것이고 사(使)는 구사(驅使)의 의미이며, 유정(有情)들에게 육도를 윤회하도록 구사하는 미사지혹(迷事之惑)에 속한다. 혹(惑)은 번뇌를 뜻하는 말이다.


미사지혹의 미사(迷事)란 잘못된 생각으로 일을 미혹하게 한다는 뜻이며, 그 악심소 곧 번뇌는 마음으로부터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사혹(思惑) 또는 수혹(修惑)이라고도 하며, 오위수행(五位修行)의 4계위(階位)인 수도위(修道位, 또는 修習位)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끊을 수 있다.


⑥ 악견(惡見)은 5종의 견(見)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오견(五見)이라고도 하는데, 이치(理致)를 어둡게 하는 혹(惑)이라는 뜻으로 미리지혹(迷理之惑) 또는 견혹(見惑)이라고도 한다. 오견은 진리성(眞理性)을 미혹하여 일어나고 그 혹성(惑性)이 예리하기 때문에 오리사(五利使)라고도 한다.


미리지혹인 악견은 비교적 쉽게 끊을 수 있기 때문에 오위수행의 3단계인 통달위(通達位, 또는 見道位)에서 일시에 끊어버릴(頓斷) 수 있으며, 5견(見)은 신견(身見), 변견(邊見), 사견(邪見), 견취견(見取見), 계금취견(戒禁取見)의 다섯 가지를 말한다.


첫째 신견(身見)은 아견(我見)과 아소견(我所見)을 통칭하는 말이다. 모든 중생은 오온(五蘊)의 가화합(假和合)이어서 마침내 환멸(幻滅)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내 몸이 실재한다고 여겨 탐진치 등의 번뇌를 일으키는 것을 아견이라 하고, 의식주 등을 소유함에 본래 정해진 주인이 없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자기의 소유로 집착하는 것을 아소견이라 한다.


둘째 변견(邊見)이란 중도가 아닌 양변(兩邊)을 의미하는 말이다. 사후세계를 추측하여 죽음 자체로 모든 것은 끝나고 일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기는 것을 단견(斷見 또는 空見)이라 하고, 사후에도 영원불멸하여 다시 사람으로 태어난다고 여기는 것을 상견(常見 또는 有見)이라 한다. 이러한 단견과 상견은 모두 중도가 아니기 때문에 변견(邊見)이라 한다.


셋째 사견(邪見)은 잘못된 생각 즉 삿된 생각을 말한다. 이러한 사견 중에서 가장 극심한 사견은 인과(因果)를 믿지 않는 사견이다. 인과를 믿지 않기 때문에 악행을 자행하고 선근을 저해하여 자신을 해치고 남에게까지 피해를 주기 때문에 사견(邪見)의 피해는 실로 엄청나다.


넷째는 견취견(見取見)이다. 자기의 견해는 옳고 다른 사람의 견해는 잘못된 것이라고 고집하는 것을 말한다. 나는 옳고 너는 잘못되었다는 견해는 도리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모든 분규와 투쟁의 밑바탕이 되기 때문에 악견 중의 하나이다.


다섯째는 계금취견(戒禁取見)으로 계금(戒禁) 즉 계율(戒律)에 집착하는 견해를 말하는데, 아무리 좋은 제도나 풍습이라도 지나치면 좋지 않은 것이다. 인도사람들은 소가 눈을 감고 머리를 숙여 풀을 뜯는 모습을 본받으면 하늘에 태어날 수 있다고 믿으며, 중국인들 중에는 법문을 닦고 수행할 필요도 없이 채소만 많이 먹으면 득도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이상의 모든 근본번뇌는 제8식에는 전혀 없고, 제7식에는 탐(貪)·진(瞋)·치(癡)·만(慢)·악견(惡見) 등은 있으나 의(疑)는 없으며, 제6식에는 모든 근본번뇌가 존재하고 전오식은 여섯 가지 근본번뇌 중에서 탐(貪)·진(瞋)·치(癡) 등 3종의 번뇌와 상응한다.


제3구와 제4구의 수번뇌위분(隨煩惱謂忿) 한복뇌질간(恨覆惱嫉간)에서 수번뇌란 근본번뇌를 따라서 생기는 것으로 이를 지말번뇌(枝末煩惱)라고도 하며, 10종의 소수번뇌와 2종의 중수번뇌 그리고 8종의 대수번뇌 등 모두 20종의 수번뇌가 있는데 여기서는 10종의 소수번뇌 중에서 분(忿), 한(恨), 복(覆), 뇌(惱), 질(嫉), 간(간) 등 6종의 소수번뇌를 가리키고 있다.


20종의 수번뇌(隨煩惱)는 분(忿)·한(恨)·뇌(惱)·복(覆)·광(광)·첨(諂)·교(교)·해(害)·질(嫉)·간(간) 등 10종의 소수번뇌와 무참(無참)·무괴(無愧) 등 2종의 중수번뇌 그리고 불신(不信)·해태(懈怠)·방일(放逸)·혼침(昏沈)·도거(悼擧)·실념(失念)·부정지(不正知)·산란(散亂) 등 8종의 대수번뇌로 분류된다.


① 분(忿)은 '마음에 들지 않는 현전의 경계(逆境界)'에 대하여 분개하고 분노심(忿怒心)을 발하여 업을 짓게 된다.


② 한(恨)은 분한 마음이 계속되어 내심에 품고 있던 원한의 독(怨毒)을 나타내어 기회가 주어지면 행동을 발하게 된다.


③ 부(覆)는 개부(蓋覆)라는 의미이며, 은폐의 뜻으로 다른 사람이 알게 될 경우에 명예나 이익에 손해를 보거나 번거로움이 생기기 때문에 자기의 지은 업을 은폐시켜서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④ 뇌(惱)는 뇌노(惱怒)로서 분한(忿恨)을 계속하여 나타내는 심리 현상으로 성질이 포악하고 탐욕스러워 기회를 만나면 악행을 저지른다.


⑤ 질(嫉)은 질투심(嫉妬心)을 나타내는 것으로 남을 시기(猜忌) 음해(陰害)하고 중상모략 함을 말한다.


⑥ 간(간)은 인색(吝嗇)한 마음으로 재물이 아무리 많아도 남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전혀 하지 않는 마음이다.

 

참고: 일부 한자는 인터넷 상으로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 )안에 국문으로 표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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