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화경과 천태사상

2. 천태 교학론(五時八敎)

문선광 2005. 11. 7. 06:15

2. 천태 교학론


1) 오시팔교


부처님의 가르침의 내용과 그 시기에 관하여 종애(鐘愛)의 사시교(四時敎)와 승유(僧柔)의 오시교(五時敎), 보리류지(菩提流支)의 이교설(二敎說)과 혜광(慧光)의 사종교(四宗敎)를 비롯해서 삼론종의 삼법륜(三法輪)과 법상종의 삼시교(三時敎), 화엄종의 오교십종(五敎十宗) 등의 수많은 교판이 있는데, 지의대사(智의大師)는 이러한 교판들을 하나 하나 비판하면서 오시팔교(五時八敎)라는 새로운 교판을 세웠다.


교판이란 교상판석(敎相判釋)을 줄인 말로서 교상(敎相) 즉 부처님의 가르침인 경교(經敎)에 대한 판별과 해석을 뜻하는 말이다. 불교의 모든 경론이 모두 인도에서 성립되었기 때문에 그 성립이나 선후관계가 자연스럽게 구별될 수 있었으나 중국으로 들어오면서 각종 경론이 한꺼번에 뒤섞여 유입되었기 때문에 학자들의 견해에 따라서 여러 가지 교상판석이 생기게 된 것이다.


지의대사가 주장하는 오시(五時)란 석가모니부처님의 교화과정을 모두 다섯 시기로 구분하여 성도 후 최초 3, 7일 간을 제1 화엄시(華嚴時)라 하여 지상과 하늘에서 화엄경을 설하고, 제2 아함시(阿含時) 12년 동안은 아함경을 설하였으며, 제3 방등시(方等時) 8년 동안은 방등경을 설하고 제4 반야시(般若時) 22년 동안은 반야경을 설하였으며, 마지막 제5 법화열반시(法華涅槃時)의 8년 동안에 법화경과 열반경을 설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팔교(八敎)란 부처님께서 일생동안 중생교화를 위해서 설교한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교화의 방법에 따라서 돈교(頓敎)·점교(漸敎)·비밀교(秘密敎)·부정교(不定敎) 등 네 가지로 분류하여 이를 화의사교(化儀四敎)라 하고 설법의 방법에 따라서 장교(藏敎)·통교(通敎)·별교(別敎)·원교(圓敎) 등 네 가지로 분류하여 화법사교(化法四敎)라 하여 이들 두 가지를 합해서 팔교(八敎)라 이름한 것이다.


화의사교 중 돈교(頓敎)는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내용을 가감 없이 그대로 가르친 제1 화엄시의 화엄경이 여기에 해당되고 점교는 부처님이 깨달으신 내용을 중생들의 근기(根機)에 따라서 이해하기 쉽도록 다양한 방편과 방법을 활용하여 설법한 제2 아함시의 아함경과 제3 방등시의 방등경, 그리고 제4 반야시의 반야경이 여기에 해당된다.


비밀교는 비밀부정교(秘密不定敎)의 약칭으로 돈교와 점교 두 가지의 방법을 모두 사용하여 설법을 하되 청중들에게는 그 내용을 밝히지 않고 때와 장소에 따라서 수시로 활용하였기 때문에 특정한 경전이 없으며, 부정교는 현로부정교(顯露不定敎)의 약칭으로 돈교와 점교의 방법을 정하지 않고 같이 사용하되 똑 같은 설법을 듣고도 이해의 정도가 각기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뜻하고 있다.


그런데 지의(智의)는 법화열반시를 제외한 사시(四時)의 가르침만 돈(頓)·점(漸)·비밀(秘密)·부정(不定)의 화의사교에 속한다고 하면서 법화경의 설법을 이들 부류에서 제외시킨 것은 법화설법은 비돈(非頓)·비점(非漸)·비비밀(非秘密)·비부정(非不定)으로서 사교(四敎)의 어느 부분에도 속하지 않는 순일무잡(純一無雜)하고 가장 수승한 가르침이기 때문이라고 하고 있다.


화법사교(化法四敎)는 지의의 독창적인 교판설(敎判說)에 의해서 불교를 네 가지 사상으로 분류한 것으로 제1부류는 장교(藏敎)이다. 이는 소승불교는 삼장의 구별이 확실한 것을 지적하여 이름한 것으로 인간은 허상이요 거짓존재이며 잠정적일 뿐이라고 하여 무아(無我)와 공(空)을 주장하면서도 오온(五蘊)을 비롯한 물질세계는 인정하는 아공법유설(我空法有說)을 주로 하는 교리체계를 말한다.


그리고 제2부류는 통교(通敎)로서 아라한(阿羅漢)이 되고자 하는 성문(聲聞), 연각(緣覺)의 교법(敎法)이 서로 통하고 대승보살의 교법(敎法)과도 서로 통행할 수 있는 공통의 교법(敎法)이라는 뜻이며, 아법양공사상(我法兩空思想)을 주로 하는 공관불교(空觀佛敎)로서 중생성취와 세계성취의 보살행이 이상이고 이념인 반야경이 여기에 해당되고 종파로서는 삼론종(三論宗)이 대표적이다.


제3부류인 별교(別敎)는 삼라만상의 근본적인 존재 즉 본체에 대한 언급이 확실한 교법(敎法)으로 진여(眞如)·불성(佛性)·여래장(如來藏)·일심(一心)·중도(中道)·실상(實相) 등이 대표적인 본체로 주장되고 있으며, 이들 본체를 근거로 하여 현실을 설명해 나가는데, 현실과는 다소 격리되고 융통하지 않는 점이 많은 중도론(中道論)이 별교(別敎)의 교법(敎法)이며, 화엄경이 여기에 해당된다.


마지막 제4부류는 원만(圓滿)한 교법(敎法)이라는 뜻의 원교(圓敎)로서 어떠한 차별이나 대립 또는 단절과 고립을 인정하지 않고 공(空)과 유(有)는 물론 현상(現象)과 실상(實相) 모두가 중도실상의 원만한 존재로 공(空)·유(有)·중도(中道)의 삼제(三諦)는 한 사물의 존재성에 대한 삼범주(三範疇) 일 뿐 서로는 일체로서 융통무애(融通無碍)한 존재라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원융사상(圓融思想)의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