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사상

3. 화엄경의 사상(법신불사상, 보살사상, 유심사상)

문선광 2005. 10. 26. 04:25

3. 화엄경의 사상

 

화엄사상과 화엄경의 사상이 반드시 서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화엄경의 사상이란 화엄경에서 설해지고 있는 그대로의 사상을 말하는 것이고 화엄사상은 화엄교가들에 의해서 체계화되고 정리된 사상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엄경의 사상은 부처님이 설하고 있는 그대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화엄경의 사상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화엄사상에 대해서 살펴본다.


가. 법신불사상

 

법신불(法身佛)이란 '법(法)을 몸으로 하는 부처님'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법이란 영원히 변하지 않는 진리를 말하는 것으로 그대로 해석하면 '영원히 변하지 않는 진리를 몸으로 하는 부처' 즉 '진리의 부처'라는 뜻이다. 화엄경에서는 이 진리의 부처님을 비로자나(毘盧遮那, vairocana)부처님이라고 하며, 이 부처님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부처님은 어떤 모양이나 색깔이 없기 때문에 무상(無相)이고 무색(無色)이다. 태양의 광명이 온 세계를 두루 비추는 것(光明遍照)과 같이 온 법계에 충만해 있으면서도 와도 온 곳이 없고 가도 가서 머무는 곳이 없는 불생불멸(不生不滅)의 부처님이다. 또한 그 능력이 부사의(不思議)해서 불가능한 일이 없으며, 한 몸을 무수한 몸(無量身)으로 나누기도 하고 무량한 몸을 한 몸(一身)으로 만들기도 한다.


또한 이 부처님의 공덕은 너무나 불가사의해서 보는 사람은 모두 번뇌가 없어지고 환희의 마음이 솟아나며, 육안(肉眼)이 없어 앞을 보지 못하는 중생도 광명의 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이와 같이 전지전능(全知全能)하고 무소부주(無所不住)한 이 부처님의 존재를 불교교학에서는 '법(法)'이라 하고 '제법의 실상(實相)'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법칙을 최초로 깨달은 분이 바로 석가모니부처님이다.


나. 보살사상

 

대승불교에서 말하는 보살이란 범어 bodhi-sattva를 음역한 보리살타의 줄인 말로서 경전에서는 중생(衆生)을 제도한다는 뜻에서 '도중생(度衆生)'이라고 하거나 깨달음을 구하는 유정이라는 뜻으로 '각유정(覺有情)'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이들 보살을 다시 구도(求道)의 보살과 서원(誓願)의 보살 그리고 여래의 활동자로서의 보살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은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다.


불교의 성전에서 보살이라는 용어가 나타나는 시기를 살펴보면 초기경전인 아함경(阿含經)이나 숫다니파타(經集) 등에는 보살이라는 용어가 없고 그 뒤에 나오는 대승경전에서 처음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가장 오래된 것은 지루가참(支婁迦讖)이 번역한 도사경(導師經)과 도행반야경(道行般若經)에 이어 용수(龍樹)가 주석한 십주비바사론(十住毘婆沙論) 등이 있다.


화엄경에서 설하고 있는 보살의 수행단계는 모두 52단계로서 최초 믿음의 단계인 십신(十信)을 비롯해서 십주(十住)와 십행(十行), 십회향(十回向), 십지(十地) 등 50단계 중생의 계위(階位)와 깨달음의 계위인 등각위(等覺位)와 묘각위(妙覺位)를 합해서 52단계이고 부처님의 계위인 정등정각(正等正覺)의 불위까지 합하여 모두 53단계가 되는데, 화엄경 입법계품에 나오는 53선지식의 숫자와 일치한다.


다. 유심사상

 

불교에서 마음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크다. 대승불교의 중심사상이라 할 수 있는 여래장사상이나 유식사상에서는 물론 선(禪)사상에 있어서도 가장 중심이 되는 과제는 마음의 탐구(探求) 혹은 마음의 정화(淨化)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마음의 문제를 떠나서는 불교사상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그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유심설이 대두하게 된 것이다.


불교의 유심설(唯心說)은 유일신 신앙의 유신설(唯神說)과 대비되는 사상으로서 불교경전에서 명확한 형태로 나타나는 것은 화엄경 십지품에 '삼계허망(三界虛妄) 단시심작(但是心作), 십이연분(十二緣分) 시계의심(是界依心)'이라는 유심구(唯心句)로서 우리말로 풀이하면 '삼계(三界)는 허망하니 단지 마음이 지은 것일 뿐 열 두 가지의 연분(緣分)도 모두 마음의 작용에 의한 것'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수미정상게찬품에 나오는 '약인욕료지(若人欲了知) 삼세일체불(三世一切佛) 응관법계성(應觀法界性)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는 우리말로 풀이하면 '만일 삼세의 모든 부처님을 알고자 한다면 법계의 본성이나 모든 것들은 오직 마음이 지은 것인 줄 알아야 한다'는 뜻으로 이 두 개의 유심구(唯心句)는 일체의 모든 것은 오직 마음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희로애락의 감정이나 행, 불행도 모두 마음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