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사상

1. 화엄경의 개요

문선광 2005. 10. 16. 16:42

 화엄사상


근본불교의 중심과제가 고(苦)의 원인을 규명하여 그 고(苦)에서의 해탈을 추구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면 화엄경의 중심사상은 인간 석가모니부처님에 대비되는 법신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을 주불로 하는 대승불교의 중심사상으로서 영원 불멸의 부처란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부처가 될 수 있을까 하는데 대한 해답으로 '깨달음(覺)'과 '실천행(行)'을 보살의 가장 큰 원행(願行)으로 제시하고 있다.


화엄경은 그 내용이 매우 다양하여 단순히 화엄사상의 소의경전으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불신사상(佛身思想)과 보살사상(菩薩思想), 유심사상(唯心思想), 연기사상(緣起思想), 정토사상(淨土思想), 선사상(禪思想) 등이 고루 설해지고 있는데, 이는 화엄경이 처음부터 하나의 경전으로 설해진 것이 아니라 각 품들이 별도의 경전으로 성립 유통되다가 대승불교 초기에 하나의 경전으로 집대성되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1.화엄경의 개요


가. 경의 이름
화엄경(華嚴經)의 원래 이름은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의 약칭이다. 여기서 대(大)는 상대가 끊어진 극대(極大)로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절대적인 대(大)를 말하는 것이고 방광(方廣)은 공간적으로 무한히 넓다는 말이다. 따라서 대방광불(大方廣佛)이란 한없이 크고 넓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부처님으로서 그 부처님을 비로자나(毘盧遮那, Vairocana)부처님이라 하고 광명변조(光明遍照)로 풀이한다.


화엄(華嚴)이란 범어 Ganda-vyuha를 번역한 잡화엄식(雜華嚴飾)에서 나온 말로서 범어 ganda는 잡화(雜華)를 뜻하고 vyuha는 엄식(嚴飾)을 뜻하는 말이다. 화엄이란 '가지가지의 꽃으로 장엄(莊嚴) 또는 장식(裝飾)한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꽃이란 한 때 피었다가 금방 시드는 그러한 꽃이 아니라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으로 석가모니부처님의 깨달음의 공덕을 꽃에 비유한 것이다.


대승불교의 대표적 경전으로 법화경(法華經)이 법(法)을 설하는 경전이라면 화엄경(華嚴經)은 곧 부처님을 설하는 경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 부처님을 설한다는 말은 첫째 전지전능하고 머무르지 않는 곳이 없는(無所不住) 비로자나불의 불가사의한 힘(不思議神力)과 불가사의한 세계(不思議世界)와 불가사의한 작용(不思議作用)과 불가사의한 공덕(不思議功德)을 설하는 경전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앞에서 말한 부사의(不思議) 한 신력(神力)과 세계(世界)와 작용(作用)과 공덕(功德)을 갖춘 '부처가 되는 길'을 설하고 있는 경전이라는 뜻이다. 비록 무명(無明)에 덮여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중생이라도 한 걸음 두 걸음 수행의 과정을 밟아가면서 쉰 세 가지의 단계를 거치게 되면 마침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성불(成佛)의 과정인 보살도(菩薩道)를 설하고 있는 경전이라는 뜻이다.


나. 경을 설한 시기
화엄경을 설한 시기에 대하여 60화엄경 세간정안품과 십지품에서 시성정각(始成正覺)의 때라 하고 이세간품에서는 성등정각(成等正覺)의 때라 하고 있는데, 이 말은 부처님이 처음 정각을 이룬 때 또는 등정각(等正覺)을 이룬 때를 말하는 것이고, 중국 화엄종의 3조 법장(法藏)은 해인삼매정중설(海印三昧定中說)이라 하였는데, 이 말은 해인삼매(海印三昧) 속에서 중생들의 근기에 관계없이 깨달으신 진리의 내용을 그대로 설한 경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시라달마(尸羅達摩)가 번역한 십지경(十地經)에는 성도미구(成道未久) 이칠일(二七日)이라고 해서 부처님이 성도 하신 후 처음 7일 동안은 깨달음에 대한 법요(法樂)를 즐기시고 다음 7일 동안에 이 경을 설했다고 하며, 천태대사 지의(智 )는 오시팔교(五時八敎) 중에 첫 째에 화엄시(華嚴時)를 두어 화엄경을 설한 시기는 삼칠일(三七日) 즉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은 때로부터 21일 안에 모두 설하였다고 한다.


다. 설법 내용
60화엄경에 의하면 화엄경의 주불 비로자나부처님은 직접 설법을 하지 않고 미간(眉間)과 백호(白毫) 등 신체 각 부위에서 광명(光明)만을 놓고 있고 다른 여러 보살들이 부처님을 대신하여 법을 설하고 있으나 다만 심왕보살문아승지품(心王菩薩問阿僧祗品)과 불소상광명공덕품(佛所像光明功德品)은 보살들이 질문을 하고 부처님은 그들의 질문에 대하여 대답을 하고 있다.


경을 설한 장소로 60화엄경은 지상의 적멸도량(寂滅道場)을 위시해서 천상의 타화자재천궁(他化自在天宮)에 이르기까지 모두 일곱 곳에서 설법을 하는데, 보광법당(普光法堂)에서 두 차례의 설법이 있었기 때문에 7처(處) 8회(會) 즉 일곱 곳에서 여덟 번의 설법을 했다고 하고 있으나 80화엄경은 여섯 번째인 타화자재천궁에서의 설법을 2회로 나누어 7처(處) 9회(會)의 설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먼저 60화엄경을 설한 장소(說處)와 설한 분(說主)을 살펴보면 첫 번째 설법은 마가다국 적멸도량(寂滅道場)으로서 석가모니부처님은 교주 비로자나불과 일체로서 사자좌(獅子座)에 앉아 있는 가운데 보현보살이 부처님을 대신하여 제1세간정안품(世間淨眼品)과 제2노사나불품(盧舍那佛品)을 설하고 다른 여러 보살과 대중들은 부처님의 깨달음을 찬양하는데, 이때 부처님은 광명을 놓아 연화장(蓮華藏)세계를 연출한다.


두 번째 설법은 지상의 마가다국 보광법당(普光法堂)이고 설법은 문수보살이 제3여래명호품(如來名號品)과 제4사제품(四諦品), 제5여래광명각품(如來光明覺品), 제6보살명난품(菩薩明難品), 제7정행품(淨行品), 제8현수보살품(賢首菩薩品)을 설하고 믿음에 관한 열 가지 단계인 십신(十信)을 설하는데 십신(十信)이란 보살이 수행하는 52계위(階位) 중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는 최초의 열 가지 계위를 말한다.


다음 세 번째 설법은 천상의 도리천궁이 그 무대로 법혜보살(法慧菩薩)이 보살도를 설하는데, 내용은 십주(十住)와 육바라밀(六波羅密)에 방편(方便), 원(願), 역(力), 지(智) 바라밀을 보탠 십바라밀(十波羅密)이다. 네 번째 설법은 천상의 야마천궁(夜摩天宮)이 무대이고 설법은 공덕림보살(功德林菩薩)이 십행(十行)에 대하여 설법을 하고, 다섯 번째 설법은 도솔천궁(兜率天宮)이 무대이며, 금강당보살이 십회향(十回向)을 설한다.


여섯 번째 설법은 욕계(欲界)에서 가장 높은 하늘인 타화자재천궁(他化自在天宮)에서 금강장보살(金剛藏菩薩)이 십지품(十地品)을 설하는데, 십지(十地)는 보살이 수행하는 52계위 중에서 제41위부터 제50위까지의 보살계위를 말하는 것으로 환희지(歡喜地)·이구지(離垢地)·명지(明地)·염지(焰地)·난승지(難勝地)·현전지(現前地)·원행지(遠行地)·부동지(不動地)·선혜지(善彗地)·법운지(法雲地) 등 열 단계이다.


이어서 보현보살이 십명품(十明品)과 십념품(十念品)을 설하고 심왕보살문아승지품(心王菩薩問阿僧祗品)은 심왕보살의 질문에 대하여 부처님이 설명을 하시고 다시 보현보살이 수명품(壽命品)과 보살주처품(菩薩住處品), 불부사의법품(佛不思議法品), 여래상해품(如來相海品), 보현보살행품(普賢菩薩行品)을 등을 설하는데, 보현보살은 부처님과 같은 위치에까지 도달하여 일즉일체(一卽一切)와 일체즉일(一切卽一)의 이치를 설명한다.


다음 일곱 번째 법회는 다시 지상의 마가다국 보광법당(普光法堂)으로 되돌아와서 지금까지 여섯 곳에서 설법했던 것을 되풀이해서 설명을 하는데, 보현보살이 모두 200구절의 운문(韻文)으로 된 질문과 대답을 하면서 보살의 수행계위인 십신(十信)·십주(十住)·십행(十行)·십회향(十回向)·십지(十地) 등의 보살행(菩薩行)에 대하여 설명을 한다.


마지막 여덟 번째의 급고독원회(給孤獨園會)는 사위성(舍衛城) 제타동산의 중각강당(重覺講堂)이 무대가 되는데, 여기서 설하는 입법계품(入法界品)은 바로 40화엄경의 내용으로 선재동자(善財童子)라는 소년을 등장시켜 문수사리보살을 비롯한 각계 각층의 선지식 52명을 찾아다니며 법을 물은 후에 다시 문수보살을 찾아와서 마지막 53번째로 보현보살을 만나 깨달음을 얻는다는 줄거리로 짜여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