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오위수행
성유식론에 의하면 유식학에서는 보살의 수행계위를 십주(十住)·십행(十行)·십회향(十廻向)·십지(十地)와 불지(佛地) 등의 41계위로 구분하고 있는데, 이는 화엄경의 수행계위 중에서 십신을 십주에 포섭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41계위는 다시 다섯 단계(五位)의 수행계위로 구분하여 오위수행(五位修行)으로 규정하고 있다.
성유식론은 무착(無着)이 초안을 하고 세친(世親)이 완성한 유식삼십송의 내용을 호법(護法)을 비롯한 10명의 논사들이 주석한 것을 현장(玄장)이 통합하여 번역한 중국 법상종의 근본불전이며, 오위수행은 유식삼십송의 제26송에서 제30송까지 실려 있는 내용을 주석 한 것이다. 그리고 유식삼십송은 5언 4구 30송 120구의 짧은 게송으로 구성되어있으나 유식사상의 핵심적 내용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1) 자량위
자량위(資糧位)는 수행의 길을 가기 위한 첫 걸음으로 옛 사람들이 먼길을 가기 위해서 노자와 식량을 충분히 준비하던 것과 같이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이해(信解)하면서 십주와 십행, 십회향 등의 삼십심(三十心)을 닦는 단계이다. 이 위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좋은 도반을 만나는 것이고 다음은 지혜를 얻고자 하는 자신의 굳은 의지가 필수적이다.
이 단계의 수행으로는 지말적(支末的)인 번뇌는 정화할 수 있으나 아직도 근본적(根本的)인 번뇌는 정화되지 않아서 허망한 마음과 분별하는 마음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번뇌의 뿌리인 취착(取着)하는 마음인 능취(能取, 마음의 경계)와 그 대상이 되는 소취(所取)도 남아 있기 때문에 지혜행(智慧行)을 위해서는 육바라밀(六波羅密)을 열심히 수행하면서 이타행(利他行)과 복덕행(福德行)을 꾸준히 쌓을 것을 강조하고 있다.
2) 가행위
가행위(加行位)는 수행심(修行心)을 더욱 채찍질하여 가행(加行)정진하라는 단계를 말한다.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 것을 알고 대상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받아드리는 마음의 작용(心識)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능취와 소취의 상대적인 개념도 없애고 진실한 견해를 일으키면서 번뇌가 없는 세계로 나가기 위해서 전력하는 즉 대승불교에 있어서의 순결택분(順決擇分) 즉 사선근위(四善根位)를 닦는 단계를 말한다.
이 단계부터 근원적인 사유가 시작되는데,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단순히 내용을 지식으로 받아드리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께서 체험하신 수행의 과정을 직접 체험함으로서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진리 그 자체를 깨닫는 일이 필요하다. 이러한 체험을 수행하게 되면 자연히 신심이 경쾌하여지고 신통력이 생기며 난(煖)·정(頂)·인(忍)·세제일위(世第一位)의 사선근(四善根)이 생겨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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