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비유품
부처님께서 설법을 하실 때 대상이 되는 중생들의 근기에 따라 여러
가지의 설법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비유품(譬喩品)에서는 모두 세 가지의 설법형식을 취하고 있다. 즉 앞부분인 전반부에는 상근기 중생들에게 법을
설하는 법설주(法說周)의 형식을 취하고 중근기 중생들에게는 비설주(譬說周)의 설법을 하시며, 하근기 중생들에게는 인연주(因緣周)의 설법을 취하고
있다.
법설주(法說周)는 중생들 가운데 근기가 가장 수승한 상근기의 이근(理根)들을 상대로 설법하는 형식으로 이들은 부처님께서 깨치신 바를
설하면 바로 알아듣고 열반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먼저 지혜제일의 제자 사리불에게 성문·연각·보살의 삼승은 방편일 뿐이며, 오직 부처님의
일승(一乘)만이 진실이라는 가르침과 함께 대승으로 인도하시고 미래세에 화광여래(和光如來)가 되리라는 수기를 내리고 있다.
소승불교에서의 수행의 궁극적 목적은 회신멸지(灰身滅智)라고 하여 자기 몸을 재(灰)로 만들고 지혜를 없애버린다는 말로서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러 무아(無我)와 공(空)에 철저함을 말하는 것으로 무여열반(無餘涅槃)이라 번역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승불교에서는
'작불이생(作佛利生)' 즉 스스로 부처를 이루어 중생들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사리불에게 주는 수기는 바로 작불이생의
수기이다.
비설주(譬說周)는 비유설주라고도 하며, 근기가 수승하지 못해서 부처님의 깨치신 바를 곧 바로 알아듣지 못하는 중근기의
둔근(鈍根)들을 상대로 각가지 비유와 예화(例話)를 들어 이야기하는 설법형식이다. 법화경에는 비유품(譬喩品) 외에도 신해품과 약초유품에서 다음과
같은 일곱 가지의 유명한 비유(譬喩) 설화를 설하고 있는데 이를 법화칠유(法華七喩)라고 한다.
비설주(譬說周)의 첫째는 바로 이 비유품에 나오는 '화택(火宅)의 비유'로서 {어느 나라의 성읍(城邑) 마을에 장자가 있었는데,
나이는 늙었으나 재물은 한량이 없으며, 집은 크고 넓었으나 낡고 문은 하나밖에 없는데 사방에서 불이 났다. 그때 집안에는 철없는 아이들이 위험한
줄도 모르고 놀고 있고 많은 하인들도 집안에 있었다. 이 광경을 본 장자가 아들들을 보고 위험하다고 아무리 달래어도 노는 즐거움에 빠져 밖으로
나오려고 하지 않았다.
이때 얼른 생각난 것이 어린이들은 장난감을 보면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너희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이 밖에 많이 있으니 지금
나와서 마음대로 가지도록 하라'고 소리치자 아이들은 장난감을 가지기 위해서 무사히 밖으로 나왔고 장자는 차별함이 없이 아이들 모두를 갖가지
보배로 장식한 '소가 끄는 큰 수레(大乘)'에 태워 시종들이 호위토록 하였는데, 이때 아들들은 다같이 미증유(未曾有)의 법을 얻었다.]
여기서 장자는 부처님을 뜻하며, 아들들이란 보살과 성문 및 연각의 삼승을 말하고 하인들이란 오취중생(五取衆生)들을 말하는 것이다.
사면에서 불이 일어났다는 것은 생노병사의 네 가지 고통을 나타낸 것이며, 아이들이 노는 즐거움에 빠져 있는 것은 지혜가 없이 헛되이 세속의
즐거움에 깊이 집착하여 불난 집과 같이 위험한 곳에 살면서도 전혀 위기감을 모르고 탈출을 모색하지 않는 어리석은 중생들의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그리고 장난감으로 호기심을 주어 아이들을 불난 집에서 빠져 나오게 한 것은 부처님께서 사용하신 중생구제의 한 방편이며, 위기에서
탈출한 아이들 각자에게 똑 같이 '소가 이끄는 큰 수레'에 태웠다는 것은 성문·연각의 이승(二乘)이든 성문·연각·보살의 삼승(三乘)이든 간에
오직 하나의 목표인 불승(佛乘)으로 인도하기 위한 수단이며, 소승(小乘)을 대승(大乘)으로 이끌어 가기 위한 방편(方便)이다.
경전은 이어서 게송으로 [성문·연각·보살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는데, 어떤 중생이 '부처님의 법을 들어 이를 믿고 부지런히
정진하여 삼계(三界)에서 벗어나고자 스스로 열반을 구하면 이를 성문승(聲聞乘)'이라 하고 어떤 중생이 '부처님을 따라 법을 듣고 믿으면서
부지런히 정진하여 자연의 지혜인 12연기(緣起)를 구하고 홀로 열반을 바라면서 모든 존재의 인연을 깊이 아는 이를 벽지불(벽支佛)'이라
이름하느니라.
또한 어떤 중생이 '부처님을 따라서 법을 듣고 믿으며, 부지런히 정진하여 보살의 지혜인 일체지(一切智)와 부처님의 지혜인 12인연의
자연지(自然智), 무사지(無師智)와 여래지견(如來智見)의 힘과 두려움 없음을 구하고 한량없는 중생들을 가엾게 생각하여 이들을 제도하여
해탈시키려고 한다면 이를 대승보살(大乘菩薩)'이라 이름하며, 이는 마치 아이들이 '소의 수레를 얻으려고 불난 집에서 나오는 것과 같은
것이니라.]고 하였다.
그리고 두 번째 비유는 신해품에 나오는 장자(長者)와 궁자(窮子)의 비유이고, 세 번째 비유는 약초유품에 나오는 초목의
비유이며, 네 번째는 수기품에 나오는 인의보주(仁義寶珠)의 비유로서 부자였던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아들은 방탕하여 거지가 되었는데, 이런 일을
미리 예상하고 아들의 품속에 보배구슬을 감추어 두었다가 정신을 차린 다음 사실을 알려주도록 하여 다시 부자가 되게 한 이야기이다.
다섯 번째는 화성유품에 나오는 화성(化城)의 비유로서 사막 한 가운데서 길을 잃고 헤매는 부하들에게 우두머리가 조금만 더 가면
오아시스가 있다고 하여 일행을 목적지까지 데려 갔다는 비유이며, 여섯 번째는 안락행품(安樂行品)에 나오는 명주(明珠)의 비유로서 공부와 살림을
멀리하는 아들의 상투 속에 보배구슬을 넣어둔 것이 뒷날 살림 밑천이 되었다는 이야기이고 일곱 번째는 여래수량품에 나오는 의사의 비유이다.
다음 인연주(因緣周)는 하근기(下根機) 중생들에게 인연을 들어 설법하는 것으로 불공을 많이 하면 부처님과 보살의 가호를 받을 수
있으며, 착한 일을 많이 하면 복을 받고 나쁜 일을 많이 하면 벌을 받게 되며, 재물을 보시하면 재물 복을 받고 법 보시를 많이 하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것 등으로 근기에 따라서 설법의 방식을 달리하는 것을 수기설법(隨機說法) 또는 대기설법(對機說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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