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반야심경
반야심경(般若心經)은 반야바라밀다심경(般若波羅密多心經) 또는 앞에 마하를 붙여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摩訶般若波羅密多心經)이라고도 하는데, 경전의 본문은 비록 260자에 불과한 아주 짧은 경전이지만 내용은 불교경전 중에서 가장 긴 대반야경(大般若經)의 정수를 뽑아 만든 경전으로 석가모니부처님이 상징적인 실체인 관자재보살(觀自在菩薩)을 등장시켜서 부처님 자신의 마음을 설법하고 있는 경전이다.
경전이 설하고 있는 핵심적인 사상은 공사상(空思想)으로 구도자이며, 성자이신 관자재보살이 심오한 지혜의 완성을 위해서 이를 실천할
때 존재하는 모든 것은 오온(五蘊)이라는 색(色)·수(受)·상(想)·행(行)·식(識)의 다섯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으며, 본성을 보아 실체가
없다는 것을 깨달음으로서 생(生)·노(老)·병(病)·사(死)를 비롯한 일체의 고통과 재앙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반야(般若)는 팔리어 프라즈나(Prajna)를 음역한 말로서 지혜(智慧)로 번역하는데, 이와 유사한 지식(知識)이라는 말은 타인의
머리 속에 들어 있는 정보를 전달받는 것인데 반하여 지혜(智慧)는 원래부터 자기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으로 이 반야심경은
마음속의 반야(智慧)를 찾아내고 마음속의 반야를 배우는 마음의 경(經)으로 예불 또는 각종 법회 때에 가장 많이 독송되는 경전이다.
색불이공(色不異空) 공불이색(空不異色)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이라는 똑 같은 내용의 문구를 네 번씩이나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실체가 없는 물질에 현혹되거나 사로잡히지 않고 집착에서 벗어날 때에 그 물질의 참 모습을 볼 수 있고 온갖 번뇌로부터 벗어나
무상(無上)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공(空)'의 의미를 제삼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반야심경은 현장(玄장)이 19년 동안 인도를 유학하던 중에 어떤 병든 스님으로부터 범어로 구전 받은 것을 중국어로 번역한 것으로
경의 원래 이름은 '당범번대자음반야바라밀다심경(唐梵번對字音般若波羅密多心經)이며, 현장이 뒷날 날란다 승원에서 병든 스님을 다시 만났는데, 그때
스님이 '나는 관세음보살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그 자리에서 하늘로 사라졌다는 전설과 같은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다. 유마경
유마경의 원래 이름인 '유마힐소설경(維摩詰所說經)'은 유마거사(維摩居士)가 설한 경전이라는 뜻이며, 유마힐의 범어 비마라킬티(Vimalakirti)는 '무구칭(無垢稱)' 또는 '정명(淨名)'이라 번역하여 '티 없는 명칭' 또는 '깨끗한 이름'이라고 하는데, 마지막 촉루품(囑累品)에서 부처님이 아난(阿難)에게 이 경의 이름은 '불가사의해탈법문(不可思議解脫法門)'이라 한다고 말씀하시었다.
경이 중국에 전래된 것은 매우 오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지금까지 전해지는 한역(漢譯) 경전은 오(吳)나라 때 월지국 사람
지겸(支謙)이 번역한 불설유마힐경(佛說維摩詰經) 2권과 후진(後秦)시대 구마라집이 번역한 유마힐소설경(維摩詰所說經) 4권, 당(唐)나라 때
현장이 번역한 설무구칭경(說無垢稱經) 4권 등이 있으나 구마라집이 번역한 것을 가장 많이 읽고 있다.
대부분의 다른 경전은 왕사성의 죽림정사나 사위성의 기원정사를 중심 무대로 하고 있으나 유마경은 간지스강 북쪽에 있는 상공업이
발달하고 시민이 직접 선출한 집정관이 정치를 하던 비야리성(Vaisali, 毘耶離城)의 망고나무가 우거진 암나수원(庵羅樹園)으로 부처님께서
수행자 시절부터 45년간의 교화생활 중에도 자주 들리시던 곳이며, 열반하기 직전에도 이곳에서 하안거를 마치고 병을 얻은 곳이다.
이 경은 소승을 억제하여 눌러버리고 대승사상을 크게 선양한다고 해서 옛적부터 여러 법사들과 학자들이 '억양교(抑揚敎)'라고 불러온
것과 같이 소승의 성문출신 십대제자들은 물론 일생보처의 미륵보살과 같은 대보살도 대승보살도를 성취한 재가의 유마힐에게 이르지 못한다는 것을
설함으로서 대승(大乘)을 찬양하는 방편으로 삼고 있는 경전이다.
유마힐(維摩詰)은 바이살리(毘耶離城)의 장자 출신으로서 세속의 티끌 속에 살고 있어도 청정한 범행(梵行)을 닦으면서 선정(禪定)과
해탈의 덕을 성취하여 선근(善根)을 심고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어 말솜씨가 걸림이 없으며, 신통이 자재한 대승보살도를 성취하여 많은 사람들을
구제하면서 무상(無常)과 무아(無我)의 법을 가르치는 대승불교의 적극적인 실천행자이다.
유마힐이 병상에 누워 있을 때 부처님은 지혜제일의 사리불에게 문병을 가도록 하였으나 과거 유마힐에게 당했던 일이 있기 때문에 문병을
갈 수 없다고 하여 10대 제자를 비롯한 미륵보살과 광엄동자(光嚴童子), 지세보살(持世菩薩)과 장자의 아들 선덕(善德)에게 문안을 다녀 오라
하였으나 역시 유마힐에게 당했던 과거의 경험을 설명하면서 사양하여 소승의 성문이 대승보살에게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부처님께서 마지막으로 문수보살에게 병 문안을 부탁하였을 때 문수보살은 '유마힐은 실상의 이치를 깊이 통달하여 변설(辨說)에 막힘이
없으며, 지혜 또한 끝이 없어 우리가 상대하기에는 너무 어렵고 모든 보살법을 모두 알아서 악마를 항복시키고 인간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신통을
행하고 지혜와 방편은 완성의 경지에 도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 가라고 분부하신 이상 찾아가서 병 문안을 하겠습니다.'고
하였다.
문수보살이 병 문안을 간다고 하자 문병을 사양했던 10대 제자를 비롯해서 수많은 보살, 성문, 천인들이 따라갔는데, 유마힐은
문수보살이 올 것을 알고 신통력으로 방을 비우고 침상 하나만 놓고 누워 있었다. 유마힐은 방이 비어 있음과 관련하여
무상(無常)·고(苦)·무아(無我)에 대하여 공(空)과 관련지어 설명하고 불가사의한 일들이 일어나는데, 많은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깨달음을
추구하는 마음을 내게 되었다.
그리고 문수보살과 대화하는 가운데 유마힐은 '일체중생의 병으로 인해서 나도 병을 앓는다. 일체중생의 병이 없어지면 즉시 나의 병도
없어질 것이며, 중생이 앓으면 보살도 앓고 중생의 병이 치유되면 보살 역시 치유된다'고 하면서 보살의 병은 대비(大悲)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하였는데, 이 말은 일체중생을 향한 자비를 본질로 하는 보살의 참모습을 표현한 것이라 하여 설법 할 때 자주 인용되는 구절이다.
부처님의 국토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는데, 첫째 상적광토(常寂光土)는 항상 고요하고 광명한 청정국토로서 법신불(法身佛)이 상주하는
세계이고, 둘째 실보장엄토(實寶莊嚴土)는 보신불(報身佛)의 국토로서 극락정토를 말하는 것이며, 범성동거토(凡聖同居土)는 부처님이 중생들을
교화하기 위해서 중생들의 세계인 예토(穢土)에 잠시 머물러 거주하는 화신불(化身佛)의 세계로서 바로 이 사바세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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