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상과 사찰

2. 사찰(유래, 구조와 배치, 전각, 불전과 법당)

문선광 2005. 6. 27. 21:28

2. 사찰


사찰을 인도말로 비하라(毘阿羅, Vihara) 또는 상가라마(Samgharama)라고 하는데, 범어 비하라는 수행하는 곳으로 주처(住處) 또는 정사(精舍)로 해석하고 범어 상가라마는 승가람마(僧伽藍摩)로 음역하고 줄여서 가람(伽藍)이라 하여 같은 뜻으로 사용하고 있으나 엄밀하게 '비하라는 부처님이 제자들을 데리고 수행하던 곳'을 말하고 '상가라마는 부처님 입멸 후에 제자들이 거처하던 곳'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된다.


사찰에 대해서 우리가 쓰는 통상적인 말로는 사원(寺院), 가람(伽藍), 정사(精舍), 승원(僧院), 승원(僧園), 중원(衆園) 또는 사암(寺庵)이나 암자(庵子)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순수한 우리나라 말로는 '절'이라고 하는데 그 어원에 대해서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절에 가면 누구나 불보살(佛菩薩)님께 절을 하기 때문에 '절(折)'이라고 한다는 통속적인 이야기도 있으나 이 말은 정설은 아니라고 본다.


가. 사찰의 유래

 

석가모니부처님이 성도(成道)하신 직후의 불교초기에는 일정한 거처도 없이 이곳 저곳 돌아다니면서 자연동굴이나 나무 밑에 앉아서 수행생활을 하면서 버려진 헝겊 조각과 죽은 사람의 옷을 모아서 만든 가사(袈裟)를 입고 밥은 하루에 한끼씩만 걸식으로 해결하였는데, 이러한 어려움을 알고 있던 사람들 중에서 부처님과 제자들이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수행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여 기증한 것이 사찰의 시초이다.


이렇게 하여 마련된 인도 최초의 불교사원은 마가다(Magadha)국의 빔비사라(Bimbisara)왕이 수도 왕사성(王舍城) 교외에 정사를 지어 기증한 '죽림정사(竹林精舍)'와 코살라(Kosala)국의 수닷다(Sudatta)장자가 기타태자의 대지에 정사를 지어 기증한 '기원정사(祇園精舍)' 또는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이며, 중국 최초의 사찰은 후한 명제(明帝) 때인 영평(永平) 10년(서기 67)에 세운 백마사(白馬寺)로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최초의 공식적인 사찰은 고구려 제17대 소수림왕 5년(서기 375) 전진(前秦)에서 온 순도(順道)라는 스님을 위해서 지은 '성문사(省門寺 또는 肖門寺)'와 아도(阿道) 스님을 위해서 지은 '이불란사(伊佛蘭寺)'이고 신라 최초의 사찰은 제19대 눌지왕 2년(서기 418)에 아도화상(阿道和尙, 또는 墨胡子)에 의해서 창건되었다는 경북 구미시 해평면 소재 '도리사(桃李寺)'이다.


나. 사찰의 구조와 배치

 

사찰은 진리의 세계요 기도의 도량이며, 부처님의 나라를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에서 실현시키려는 모든 불자들의 염원과 원력이 모여 형상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청정한 도량으로서 이들 사찰의 배치와 구조에는 반드시 일정한 원칙과 기준이 있다. 그러나 역사적, 시대적인 배경과 이념적인 상황 그리고 사찰이 위치하고 있는 지형과 규모에 따라서 각각 조금씩은 다르다.


불교가 전래된 초기의 삼국시대에는 호국불교적인 성격이 강하였기 때문에 왕실과 가까이할 수 있는 '평지(平地)'에 입지 하였으나 통일신라시대 말기에 이르러 선종(禪宗)이 들어오면서 '산지(山地)'로 입지하기 시작하여 고려시대에는 도선(道詵)의 풍수지리설에 영향을 받은 '산지가람'이 크게 유행하였으며, 조선시대는 숭유억불정책으로 사찰 건립이 억제되자 심산유곡으로 숨어들면서 '산중(山中)사찰'로 정착되었다.


그러나 사찰이 위치하고 있는 입지에 관계없이 우리나라 사찰의 일반적인 구조는 사찰의 중앙에 그 절의 주불(主佛)인 부처님과 보살을 모신 '큰 불전(佛殿)'이 자리하고 그 좌우로 다른 불상을 모신 불전을 배치하며, 큰 불전 앞에는 석등과 석탑이 자리잡고 정면에 누각을 세우고 불전과 누각사이의 좌우 측에는 요사와 강원, 선원 등이 자리잡고 누각 밖으로 해탈문과 천왕문, 금강문, 일주문 등이 자리한다.


1) 사찰의 문


가) 일주문

 

사찰에 들어가기 위해서 제일 먼저 통과하는 문이 일주문으로 출입구로서의 기능과 사찰의 지역적 경계를 나타내는 문이다. 일주문은 문이 없어서 안과 밖의 구별이 없으며, 양쪽에 한 개씩 한 줄의 기둥을 세우는 것은 오직 하나의 마음인 일심(一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문을 들어섬으로서 속세에서 흩어진 번뇌의 마음을 버리고 오직 한 마음으로 부처님의 세계인 진리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진(眞)과 속(俗), 출가(出家)와 재가(在家), 공(空)과 색(色), 안(內)과 밖(外)이 본래부터 둘이 아니고 하나임을 표현한 문으로 이 문을 통하여 일체중생들은 부처님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으며, 불보살(佛菩薩)은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서 속세의 세계로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 문은 항상 열려 있기 때문에 누구나 들어갈 수 있고 이 문을 들어가는 순간 이미 믿음의 세계요 부처님의 세계에 들어선 것이다.


사찰에 따라서 일주문과 불이문이 하나로 되어 있거나 따로 되어 있는 경우가 있으며, 이 일주문의 기둥은 중간 부분의 직경이 큰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옥개(屋蓋) 부분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서 기둥의 앞과 뒤로는 작은 기둥을 부재로 세우고 사찰의 현판인 편액을 걸어 두는데 이 현판을 통해서 그 사찰의 성격과 특성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나) 금강문

 

금강문(金剛門)은 사찰의 수문장 역할을 하는 두 분의 금강역사(金剛力士, 仁王)가 양쪽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인왕문(仁王門)이라고도 하며, 그 절의 대문에 해당하는 문이다. 금강역사는 불법(佛法)을 수호하는 호법신장(護法神將)으로서 금강저(金剛杵)라는 무기를 들고 무서운 모습으로 서 있거나 상체를 벗고 맨주먹으로 후려치려는 분노의 모습으로 서 있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중생을 따라 몸을 나타내면서 온갖 사(邪)된 마음을 항복 받고 부처님이 계시는 곳이면 어디든지 나타나서 불법을 수호하고 있는데, 금강문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섰을 때 왼쪽에서 입을 다물고 있는 상을 음금강역사( 金剛力士) 또는 밀적금강(密迹金剛)이라 하고 오른쪽에서 입을 벌리고 서 있는 상을 아금강역사(阿金剛力士) 또는 나라연금강(那羅延金剛)이라고 한다.


밀적금강은 손에는 금강저(金剛杵)를 쥐고 항상 부처님을 호위하고 있으며, 나라연금강은 천상계의 역사(力士)로서 힘이 코끼리의 백만 배나 된다고 하고 이들 역사의 머리 뒤에는 항상 후광이 비치고 있는데, 이것은 단순히 힘만 센 것이 아니라 지혜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인왕문이나 금강문이 없는 절에는 법당의 벽면에 인왕(仁王)의 모습을 담은 탱화를 통해서 절을 수호하기도 한다.


다) 천왕문

 

천왕문(天王門)은 사찰에 들어가는 중문으로 이 문을 지키는 사천왕은 고대 인도인이 숭앙하던 귀신들의 왕이었으나 불교에 귀의하여 부처님의 도량과 불법을 수호할 것을 서원하고 부처님의 제자가 되어 온갖 요망한 것이 침범하는 것을 지키는 수호신이며, 수미산 중턱의 동서남북 네 방향을 지키면서 부처님의 세계를 수호하는 천신으로 깨달음의 세계(須彌山)를 오르는 구도자들에게 힘을 내도록 격려하는 역할을 한다.


사천왕 중 '지국천왕(持國天王)'은 푸른 몸에 천의로 장식하고 왼손에 검(劍)을 잡고 바른손은 주먹을 쥐거나 보배구슬을 들고 수미산 동쪽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선한 이에게 복을 주고 악한 이에게 벌을 주며, '증장천왕(增長天王)'은 수미산 남쪽의 남방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붉은 몸에 성난 얼굴을 하고 천의를 입고 오른손에는 검 또는 미늘창을 들거나 용을 움켜잡고 왼손에는 여의주를 들고 위덕을 증장시키는 일을 한다.


다음 '광목천왕(廣目天王)'은 수미산 서쪽에서 서쪽 천국을 지키면서 모든 용왕과 부루다나를 통솔하고 갑옷을 입고 오른 손에 삼지창을 왼손에 보탑을 들고 그 속에 있는 보물을 나누어준다고 한다. 그리고 '다문천왕(多聞天王)'은 수미산 북쪽에서 북쪽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비사문천왕(毘沙門天王)'이라고도 하는데, 부처님의 설법을 많이 듣는다고 해서 유래된 이름이다. 칠보로 장엄한 갑옷을 입고 분노한 형상을 하고 있다.


라) 해탈문

 

금강문과 천왕문을 지나면 불이의 경지를 상징하는 해탈문(解脫門)이 나타나는데 이를 불이문(不二門)이라고도 하며, 이 문을 통과하면 완전한 부처님의 세계에 이르게 되고 부처님의 진리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불이(不二)란 너와 나, 생사와 열반, 번뇌와 보리, 세간(世間)과 출세간(出世間), 선(善)과 악(惡), 색(色)과 공(空)의 모든 상대적인 것들이 둘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불이(不二)란 절대적인 하나의 세계를 상징하는 것이며, 차별이 아닌 평등을 나타내는 말로서 불교적 우주관에 의하면 수미산 정상에는 제석천왕(帝釋天王)이 다스리는 도리천( 利天)이 있고 그곳에 불이문(不二門)이 있어서 해탈의 경지를 상징하고 있다. 도리천은 불교에서 말하는 28개의 하늘세계 중에서 욕계(欲界) 6천의 제2천에 해당하는 아래에서 두 번째 하늘세계로 사천왕천과 함께 지상에 속해 있는 지거천(地居天)이다.


2) 종각

 

범종이 설치된 건축물을 종각이라고 하는데, 단층 건물이면 범종각(梵鐘閣)이고 이층 이상이면 범종루(梵鐘樓)라고 한다. 종각에는 범종 외에 법고(法鼓)를 비롯해서 목어(木魚)와 운판(雲版) 등의 사물을 갖추어 두고 있는데, 사물을 치는 본래의 목적은 삼계의 고통받는 중생들을 제도하기 위해서이지만 통상적으로 아침저녁 예불과 사찰에서 거행하는 의식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신호로서의 역할도 한다.


가) 범종

 

범종(梵鐘)은 대종 또는 인경이라고 하고 이와 비슷한 작은 종을 반종(半鐘) 또는 환종(喚鐘)이라고 하는데, 범종의 범(梵, brahman)은 청정을 뜻하는 말로서 범종이란 '청정한 사원에서 울리는 맑은 소리를 지닌 종'을 말한다. 따라서 범종소리는 부처님의 음성(法音, 圓音)으로서 지옥에서 고통받는 모든 중생들이 '고통에서 벗어나 즐거움을 얻게 하고(離苦得樂) 무명(無明)을 밝혀서 광명으로 이끌기 위해서' 울리는 법구(法具)이다.


범종은 새벽 예불에는 28망치를 치고 저녁 예불에는 33망치 또는 36망치를 치는데, 새벽에 28망치를 치는 것은 욕계(欲界) 6천과 색계(色界) 18천, 무색계(無色界) 4천 등 천계 28천의 중생들을 제도하기 위한 것이고 저녁에  33망치를 치는 것은 수미산 정상에 있는 33도리천의 천상세계에까지 소리가 들리도록 하려는 것이며, 36망치를 치는 것은 욕계 18지옥과 색계 18천의 중생을 제도하기 위한 것이다.


범종은 덩치는 크지만 그 소리는 아주 미묘하고 민감하여 같은 범종이라도 치는 사람에 따라서 차이가 나고 계절과 일기에 따라서 차이가 나는데, 종에 익숙하고 노련한 귀를 가진 스님이라야 종이 가진 본래의 소리를 정확하게 이끌어 낼 수 있다고 한다. 한 줄기 소나기가 내리고 난 뒤의 여름날 밤 범종 소리가 가장 장엄하게 들린다고 하는데, 이는 종소리가 습기와 온도에도 민감하다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나) 법고

 

법고(法鼓)는 아침저녁 예불을 드리거나 의식을 거행할 때 시작과 끝을 알리는 큰북을 말한다.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의 번뇌를 물리치고 해탈을 이루게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땅위에 사는 모든 축생(畜生)들을 제도하기 위해서 울리는 법구(法具)로서 이 북소리와 함께 부처님의 가르침이 삼천대천세계로 널리 퍼져나가 그 소리를 듣는 모든 중생들이 참다운 진리를 깨닫게 한다는 것이다.


법고는 원래 자연사(自然死)한 소의 가죽으로 만든다고 하는데, 이는 자비(慈悲)를 내세우는 절 집에서 산 생명을 죽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법고를 만들 때 암소와 수소의 가죽으로 한 쪽씩을 댄다고 하는데, 이는 음(陰)과 양(陽)이 조화를 이루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화합(和合)과 조화(調和)의 소리를 내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다) 목어

 

목어(木魚)는 나무를 깎아서 물고기 모양으로 만들고 그 속을 파낸 것으로 아침저녁 예불과 각종 의식의 시간을 알리는데 사용되며, 물 속에 살고 있는 모든 살아 있는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해서 치는 법구(法具)이다. 또한 물고기는 항상 눈을 뜨고 있기 때문에 정진하는 수도자들이 잠에 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경책(警責)하는 뜻으로도 사용되고 있으며, 목탁(木鐸)은 이 목어를 변형시켜 만든 것이다.


목탁에 얽힌 이야기 한 토막으로 '옛날 중국의 어느 큰스님 밑에 여러 명의 제자들이 있었는데, 모든 제자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수행할 때 유독 한 제자가 게으름을 피우면서 가르침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다가 병이 나서 일찍이 죽었는데, 그 뒤 어느 날 스승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가 등에 커다란 나무가 자라고 있는 물고기 한 마리가 극심한 괴로움을 참으면서 무척 슬픈 표정으로 그 배를 따라오는 것을 발견하였다.


스승이 깊은 선정(禪定)에 들어가서 그 물고기를 자세히 살펴보니 게으름을 피우다가 일찍 죽은 어리석은 제자가 물고기로 환생(還生)한 것이었다. 가여운 생각에 수륙재(水陸齋)를 베풀어 물고기의 몸을 벗어나게 해주고 등위의 나무를 잘라서 물고기 모양의 목어와 목탁을 만들어 게으름을 피우거나 계율을 어기는 수행자들이 그 모양을 보거나 소리를 들을 때마다 경각심을 가지도록 하였다.'는 이야기이다.


라) 운판

 

운판(雲版)은 이름 그대로 청동(靑銅)으로 된 판(版)을 구름 모양으로 만들어 북채 모양의 막대기로 표면을 쳐서 소리를 내는 법구로서 사찰에서 행하는 각종 의식의 시간을 알리는데 사용되며, 구름이 하늘에 떠있는 것을 연상하여 공중을 날아다니는 허공계(虛空界)의 중생인 날 짐승들이 가지고 있는 괴로움과 아픔을 구제하고 그들의 해탈을 구하기 위해서 치는 것이다.


3) 탑(Stupa)


가) 불탑

 

탑(塔)은 범어 스투파(Stupa)를 한자로 솔도파(率堵婆), 수두파(藪斗婆) 또는 탑파(塔婆) 등으로 음역한 것을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탑(塔)이라 부르고 있는데, 이 탑은 원래 부처님의 유골(舍利)이나 유물을 안치하여 예배 공양하기 위해서 세운 건조물로 부처님의 진신(眞身)과 다름없는 가장 존귀한 존재이기 때문에 사찰의 중심이 되는 큰 법당(佛殿) 앞에 배치하여 불자들이 귀의처로 예경(禮敬)토록 하고 있다.


탑은 원래 석가모니부처님의 진신사리를 안치하기 위해서 세웠으나 세월이 가면서 경전이나 유품을 안치하고 성지(聖地)를 기리기 위해서 세우기도 하는데, 석탑(石塔)이 대부분이나 목탑(木塔)과 벽돌로 쌓은 전탑(塼塔)도 있으며, 구조와 양식은 기단 위에 탑신을 세우고 탑신 위에 상륜(相輪)을 얹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탑신의 각(角)은 4각, 6각, 8각 등 짝수로 하고 층(層)은 3층, 5층, 7층, 9층 등 홀수를 원칙으로 한다.


나) 부도

 

부도(浮屠)는 부도(浮圖), 부두(浮頭), 포도(蒲圖), 불도(佛圖) 등으로 표기되고 붓다(Buddha) 즉 불타(佛陀)에서 유래되었다는 설과 탑파(stupa) 즉 불탑에서 유래되었다는 설 등의 여러 가지 뜻을 가지고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스님들의 유골이나 사리를 안치한 묘탑(墓塔)으로서 조성된 시기는 통일신라시대 이후 선종계통의 사찰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형태는 대부분 팔각원당형이나 석종형으로 되어 있다.


4) 불전과 법당

 

불전(佛殿)이란 부처님의 사리나 부처님의 상(佛像)을 모신 건물을 말하는 것으로 그 절의 주된 부처님을 모신 전각은 사찰의 중심에 세우고 좌우 또는 후방에 다른 불전을 배치하며, 전각 안 가운데 주불을 모시고 좌우로 협시하는 부처님이나 보살상을 모시는데, 이를 상단(上壇) 또는 수미단(須彌壇)이라 하고 신중탱화를 모신 곳을 중단(中壇) 또는 신중단(神衆壇)이라 하며, 일반 영가를 모신 곳을 하단(下壇)이라 한다.


그리고 불상을 모신 바로 위에는 작은 집 모양을 한 닫집(天蓋 또는 寶蓋)이 있는데, 고대인도에서 햇빛이나 비를 가리기 위한 우산에서 비롯한 것으로 귀인의 상징으로 사용되었으나 불교에서는 부처님이 계시는 불전을 장식할 때 불상이나 보살상을 장엄하기 위한 전각 안의 또 하나의 전각으로 나머지 공간과 분리하여 부처님이 계시는 열반의 세계인 불국정토의 궁전을 상징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전각 안에 모시고 있는 부처님과 보살의 명호(名號)에 따라서 불전의 이름을 여러 가지로 다르게 부르고 있으며, 전각 내부 상단의 주좌(主佛)를 기준으로 가운데 통로를 어간(御間)이라 하고 중앙에 있는 문을 어간문(御間門)이라 하여 그 절의 주지 스님이나 윗분들이 드나드는 곳으로 일반신도들이 이곳에 앉거나 서는 것은 물론 어간문 앞에서 전각 안을 향해서 예배드리는 것도 삼가 하는 것이 바른 사찰예절이다.


법당이란 원래 법회를 열거나 설법을 하는 장소로서 부처님을 모신 불전과는 다른 개념으로 오래된 절에서는 설법전(說法殿) 또는 무설전(無說殿)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는데, 무설은 설함이 없이 설한다는 불교적 표현으로 진리의 전달은 말과 글이라는 매체를 통하고 있으나 말과 글 자체가 진리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찰에서는 법당과 불전을 같은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가) 대적광전

 

대적광전(大寂光殿)은 화엄경을 중심사상으로 하는 사찰에서 법신불(法身佛)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 Vairocana)을 주불로 모신 불전으로서 다른 이름으로 대방광전(大方廣殿), 대광명전(大光明殿)이라고 하며, 다른 전각에 모실 때는 비로전(毘盧殿)이라고도 하는데, 보신불 노사나불(盧舍那佛)을 좌보처로 하고 화신불 석가모니부처님을 우보처로 삼신불을 모시거나 좌우 협시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모시기도 한다.


청정법신 비로자나부처님은 원래부터 형상과 색깔이 없기 때문에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본체의 몸인 진신(眞身) 또는 법신(法身)의 부처님'으로 맑고 밝고 바른 마음과 자비로운 마음으로 영원히 살아 계시는 진리의 부처님이며, 모든 중생들의 무명과 번뇌를 부처님의 지혜로 감싸주는 광명의 부처님이며, 미혹과 깨달음이 둘이 아니고 부처와 중생이 둘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부처님이다.


원만보신(圓滿報身) 노사나불(盧舍那佛)은 보신불(報身佛) 또는 응신불(應身佛)이라고도 하며, 깨달음을 얻기 위하여 보살로서 수행 할 때 세운 서원과 수행의 결과 나타난 '공덕의 몸인 부처님'으로 독립된 전각에 봉안하지 않고 비로자나부처님의 좌(左) 협시로 봉안되는 부처님이며, 모든 중생들을 이끌어 주는 부처님으로 보는 이의 근기와 서원에 따라서 아미타불이나 약사여래불 또는 미륵불로도 보이는 부처님이다.


나) 대웅전

 

대웅전(大雄殿)은 위대한 영웅 석가모니부처님을 주불로 봉안하여 모시는 큰 법당으로 대웅보전(大雄寶殿)이라고도 하는데, 부처님의 왼쪽에 지혜(智慧)를 상징하는 문수사리보살(文殊舍利菩薩)을 협시(挾侍)로 하고 오른쪽에 행원(行願)을 상징하는 보현보살(普賢普薩)을 협시로 하고 있으나 아미타부처님을 모실 때와 같이 왼쪽에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을 오른쪽에 대세지보살(大勢至菩薩)을 모시는 경우도 있다.


어떤 사찰에서는 법신(法身), 보신(報身), 화신(化身)의 삼신불(三身佛)을 모시거나 석가모니부처님을 본존으로 그 오른쪽에는 부처님에게 수기를 주신 연등불의 전신 제화갈라보살(提和竭羅菩薩)을 모시고 왼쪽에는 미래의 부처님인 미륵보살(彌勒菩薩)의 삼세불을 모시기도 한다. 그러나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안치한 적멸보궁이 있는 법당 안에는 따로 부처님의 상은 봉안하지 않고 좌대인 수미단(須彌壇)만 안치한다.


다) 팔상전

 

팔상전(捌相殿) 또는 팔상전(八相殿)이라고 하는 전각의 중앙에는 석가모니부처님을 모셔놓고 그 주변으로 부처님께서 수태(受胎)하는 과정에서 시작하여 열반(涅槃)에 드실 때까지 생멸(生滅)의 일대기를 모두 여덟 가지 상(相)으로 나누어 탱화로 그려 모신 법당이다. 팔상전이 따로 없는 사찰에서 대웅전 또는 다른 법당의 내외벽면에 팔상도(八相圖)를 그려 놓은 곳도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팔상전으로는 법당의 형식을 갖추고 있는 5층의 목탑(木塔) 구조로 된 국보 제55호인 속리산 법주사(法住寺) 팔상전(捌相殿)이다. 이 팔상전의 내부에는 석가모니부처님의 일대기를 여덟 폭으로 나누어 그린 팔상도(八相圖)를 중앙 기둥을 중심으로 사면으로 돌아가면서 배치하였으며, 그 앞으로는 나한상을 삼면으로 배열해 놓았다.


1968년 문화재관리국에서 이 건물을 해체 중수하면서 내부에서 사리장치와 900자(字)에 달하는 상량문을 발견하였는데, 상량문에 의하면 법주사는 신라 진흥왕 14년(서기 553)에 의신(義信)스님이 창건하였고 현재의 팔상전 건물은 조선 인조 4년(서기 1626)에 벽암(碧巖)대사가 세운 것으로 되어 있으며, 건물 규모는 아래층이 사방 5칸이고 최상층은 사방 2칸이며 밑에서 상륜부(相輪部)까지의 높이는 무려 20m나 된다.


라) 극락전

 

극락전(極樂殿)은 서방정토 극락세계의 주재자이신 아미타부처님을 주불로 봉안한 법당으로서 무량수전(無量壽殿) 또는 극락보전(極樂寶殿)이라고도 하며, 아미타불이 그 사찰의 주불이 아닐 때는 아미타전(阿彌陀殿)이나 미타전(彌陀殿)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부처님을 봉안할 때 협시보살에는 왼쪽에 관세음보살을 오른쪽에는 대세지보살을 모시거나 지장보살(地藏菩薩)을 모시는 경우도 있다.


마) 약사전

 

약사전(藥師殿)은 약사여래불을 봉안한 법당으로서 약사여래전 또는 만월전(滿月殿)이라고 하며, 이 부처님의 자세한 명호는 약사유리광여래(藥師瑠璃光如來)이고 계시는 곳은 동방만월세계 또는 정유리광세계다. 중생들의 병을 고쳐주고 수명을 연장해준다고 해서 대의왕(大醫王)부처님이라고도 하는 이 부처님을 봉안할 때는 월광보살(月光菩薩)과 일광보살(日光菩薩)을 좌우 협시(挾侍)로 모신다.


바) 미륵전

 

미륵전(彌勒殿)은 미래의 부처님인 미륵불을 주불로 모신 법당으로 용화전(龍華殿)이라고도 하는데, 왼쪽에는 법화림보살을 협시보살로 모시고 오른쪽에는 대묘상보살을 모신다. 석가모니부처님으로부터 수기를 받고 미래세의 사바세계를 교화할 부처님으로 지금은 도솔천 내원궁에서 천인들에게 설법과 교화를 하고 있는데, 미륵불을 본존으로 하는 사찰은 법상종(法相宗)의 맥을 잇고 있는 사찰이다.


사) 원통전

 

원통전(圓通殿)은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을 그 사찰의 주존으로 모실 때의 법당을 말하는데, 좌보처는 남순동자(南巡童子)를 모시고 우보처는 해상용왕(海上龍王)을 모신다. 부속전각에 모실 때는 관음전(觀音殿) 또는 대비전(大悲殿)이라고 하는데, 관세음보살은 현세의 고통받는 중생들을 구제하여 주시는 대자대비(大慈大悲)의 보살로서 우리나라의 모든 사찰에서 빠지지 않고 모시는 우리 중생들과 가장 친근한 보살이다.


아) 명부전

 

명부전(冥府殿)은 지장전(地藏殿) 또는 시왕전(十王殿)이라고도 하는 전각으로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빌고 극락왕생을 기도하는 곳이다. 이곳에는 지장보살을 주불로 모시고 좌우에 도명존자(道明尊者)와 무독귀왕(無毒鬼王)을 협시로 모시거나 명부시왕상(冥府十王像)이나 시봉 드는 동자상(童子像)을 양쪽으로 모시는 경우도 있다.


시왕(十王)이란 죽은 자의 죄업을 심판해서 경중을 가리는 10명의 지옥왕(地獄王)으로 염라대왕은 제5재(齋)를 담당하는 다섯 번째의 왕이다. 사람이 죽으면 처음 49일까지는 매 7일마다 한 번씩 심판을 받고 그 다음은 100일, 소상(小祥), 대상(大祥)이 되는 날에 각각 지옥의 왕들로부터 생전에 지은 선악의 업에 대한 심판을 받는다고 하는데 그 때마다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비는 재(齋)를 올리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과거의 자신을 알고 싶으면 지금의 자기 모습을 보면 되고 미래의 자신의 모습이 궁금하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하셨는데, 이 말씀은 현재의 나는 지난날에 내가 지은 업(業)에 의해서 태어난 몸이고 미래의 나는 지금 짓고 있는 업의 결과에 따라서 결정되기 때문에 나쁜 악업(惡業)을 짓지 말라는 가르침으로 풀이된다.


자) 영산전과 나한전

 

영산전(靈山殿)은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인도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법하는 영산회상을 재현해 놓은 법당으로서 석가모니부처님을 중심으로 미륵보살과 제화갈라보살을 협시로 모시거나 10대 제자 또는 나한상을 모시고 탱화로 된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를 봉안하는데, 가섭(迦葉)과 아난(阿難)이 좌우에 시립 하는 것은 가섭이 이어받은 선법(禪法)과 아난이 이어받은 교법(敎法)의 두 가지 모두를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나한(羅漢)이란 아라한을 줄인 말이다. 세상에서 존경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수행자 또는 최고의 진리를 깨달은 자로서 공양을 올리면 공덕이 된다고 해서 복전(福田)이라고도 하는데, 16나한은 부처님의 10대 제자들을 비롯한 열 여섯 분의 제자들이라고 하는 설과 부처님의 뜻에 따라서 영원히 사바세계를 왕래하면서 정법을 지키도록 하라고 특별히 부촉(咐囑) 받은 성자(聖者)들이라는 두 가지의 설이 있다.


그리고 오백나한이란 아라한을 이룬 500명의 성자들로서 500상수(上首)라고도 하는데, 이들에 대해서도 부처님이 살아 계실 때 수행을 통해서 아라한이 되었던 500명의 제자들이라는 설과 부처님의 열반 후 제1결집과 제4결집을 할 때 경전의 결집을 위해서 모인 제자들이라는 두 가지의 설이 있는데, 이들 16나한이나 500나한을 독립된 전각에 따로 모실 때 그 전각을 나한전(羅漢殿) 또는 응진전(應眞殿)이라고 한다.


차) 신중단

 

신중단(神衆壇)은 주로 법당 안의 한 쪽 벽면에 배치하여 탱화(幀畵) 또는 신중상(神衆像)으로 봉안하고 있는데, 아침저녁 예불을 드리거나 법회를 할 때에 반야심경을 독송하면서 바라보는 곳이다. 이들 신중들은 본래 고대인도의 토속신(土俗神)들이었으나 불교가 전해지면서 부처님에게 귀의하여 불교를 지키는 호법신중(護法神衆)으로 변모한 분들이다.


원래 인도에는 39위의 신장(神將)들이 있었으나 중국을 거쳐서 우리나라로 전해지면서 도교와 유교적인 신들과 토속신(土俗神)까지 포함되어 모두 100여 위(位)로 늘어났는데, 이들 신중 가운데 화엄신중(華嚴神衆)은 화엄경을 설할 때 모인 신중들이고 영산회상신중(靈山會上神衆)은 법화경을 설하실 때 모였던 신중으로서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불교에 귀의하여 영원히 정법을 옹호할 것을 맹세한 대중들이다.


카) 삼성각

 

우리나라 재래의 토속신과 관계되는 토속신앙의 공간인 삼성각(三聖閣)은 삼신각(三神閣)이라고도 하는데, 북극성을 뜻하는 치성광여래(熾盛光如來)를 주불로 하고 그 왼쪽에는 일광보살과 오른쪽에 월광보살을 보처로 모시거나 왼쪽 끝에는 산신(山神)을 오른쪽 끝에는 독성(獨聖)을 모시기도 하며, 사찰에 따라서 독성 대신 용왕(龍王)을 모시거나 삼신(三神)을 따로 모시기도 한다.


북극성을 상징하는 치성광여래(熾盛光如來)와 북두칠성을 상징하는 칠성여래(七星如來)는 원래 우리 민족의 세시(歲時)명절로 내려오던 풍습을 불교에서 도입하여 신앙하고 있는 것으로 음력 7월 초 이렛날 즉 '칠석(七夕) 날'이 되면 '칠석재(七夕齋)'를 올리고 칠원성군(七元星君)을 염(念)하면서 소원성취를 위한 기도를 드리는 것이다.


이상의 전각 외에 대장경의 경판(經板)을 보관하고 있는 장경각(藏經閣)이나 역대조사나 종파의 조사스님 또는 그 사찰의 창건주와 역대스님들 중에 후세에까지 존경받는 분들의 위패와 영정을 모신 국사전(國師殿)과 조사전(祖師殿)이 있고 교설(敎說)을 강의하는 강원(講院)이나 참선수행을 하는 선방(禪房)을 비롯해서 스님들과 불자들이 기거하는 요사(寮舍) 등 사찰에 따라서 수많은 승방(僧房)과 전각(殿閣)이 있다.

'불상과 사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 불상(불상의 유래, 조성, 결인)  (0) 2005.06.27